곱고 다정한 말을 들으면 매번 번번이 아주 자주,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사람처럼 어찌나 빨리 녹아내리는지. 다정함은 그냥 표현이고 표현과 본질은 늘 같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안된다. 안 돼.
비가 오는 날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던 날 옆에서 우산을 씌워주며 같이 달리던 아저씨에게도, 남들보다 더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아이와 기다리느라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해주는 돈까스 가게 사장님에게도, 낯 가리느라 이리저리 쳐다만 보는 아이에게 가만히 있는 모습이 꼭 인형 같다고 해주는 동네이웃에게도 나는 고마운 게 참 많다. 이게 어떻게 가짜일 수 있지,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