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반의 사람이기 때문에 새해가 되면 응당 새해 목표라는 걸 정합니다.
예전에는 책 몇 권 읽기 같은 계획을 세웠는데요. 언젠가부터 저는 어떤 태도를 지향하자, 는 목표를 세웁니다. 제게 필요한 건 숫자로 셀 수 있는 어떤 행위가 아니라 어떤 정신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 걸 몇 년 전부터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근 2년간 단순하게 살겠다고 몇 번이나 적은 바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할 것.
타인의 감정이 내 몫이 아님을 인정할 것.
모든 질문에 끌려다니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것만 응할 것.
나와 타인을 건강하게 분리하지 못할 때 생기는 괴로운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어쩌면 저는 슬며시 타인의 존재를 버거워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왁자지껄 친구도 좋아, 선배도 후배도 좋아, 와하하 웃으며 지냈지마는요. 타인의 불안이 나에게 넘실거리며 넘어올 때,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던 탓에 상대를 미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지난 몇 년간 저의 다짐은 주변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한 저의 노력이었어요. 새해 목표와 다짐이 늘 그렇듯 대체로 실패한 계획이지만, 지향점이 있어서 길을 잃을 때마다 빠르게 자세를 고쳐 앉을 수 있었습니다.
2023년은 단순함은 기본으로 깔고, 무모해지기로 합니다. 더 많이 실패해보기로요. 어떤 면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갈 생각입니다. 아니면 말고, 라고 자주 말할 생각이고요.
결과물을 내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 것, 멋진 태도일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이 반복되는 건 때때로 공허하더라고요. 결과물을 내는 실패에 많은 시간을 줄 겁니다.
저는 생일도 좋아하지만, 새해도 좋아합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골라내는 날 같아서 그렇습니다.
유치하지만 좋은, 행복이라는 말처럼요.
아유 뭘 이런 걸 다, 하면서도 웃고 있는 얼굴처럼요.
오늘 편지에는 그런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3년 1월 3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쿠키메일🍪
만약 이게 종이 편지였다면 분명
2022 아 아니 2023 으로 고쳐썼겠지만,
이메일이니까 의연하게 안 그런 척 고쳐 보냅니다.
새해에도 원하는만큼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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