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카페 안 빨간 머리띠를 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 엄마와 함께.
방학일 것이다. 겨울은 방학의 계절이니까.
아이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 보인다. 유심히 본다.
어른들은 책 제목을 숨기기 위해 북커버라는 걸 쓴단다. 이모도 때로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면 아 북커버를 살 걸 그랬나, 생각하긴 해. 그렇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지. 네가 읽고 있는 책은 전천당이라는 책이구나. 이모는 눈이 나쁜 편인데, 우리 사이 거리가 멀지 않기도 하고 제목이 워낙 크게 쓰여 있어서 알 수 있었어.
주책맞은 이모는 네이버에 굳이 검색해봐. 전천당은 신기한 과자를 파는 곳인데, 그 과자들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하네? 정말 귀엽고 흥미로운 책 같다. 그런데 검색해보지 않아도 사실 이모는 알 수 있었어. 너는 한 장을 읽다가 말고, 엄마한테 한참 이야기하고 있지. 눈이 초롱초롱. 엄마도 엄마가 가져온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눈치지만, 네가 말하는 모습이 귀여워 들어주고 계신 걸지도 몰라.
아까 얼핏 이게 갖고 싶다, 저게 갖고 싶다 했던 걸 보면 너도 전천당에서 파는 과자 중에 갖고 싶은 것이 있는 모양이야. 그게 뭐였을까? 이모도 자세히 듣고싶다.
이모는 어제 잠을 많이 못 잤고, 아침에 이모 딸이 좀 칭얼거리며 어린이집에 가는 바람에 사실 좀 지쳤었거든. 집에 누워서 잘까, 그냥 휴대폰으로 유튜브 좀 볼까 고민하다가 힘겹게 엉덩이를 떼고 여기 와 있었어. 너와 엄마의 모습을 보는 지금 이 순간. 귀여운 행복에 서서히 젖어 드는 기분이 참 좋다.
본인의 책을 들고 앉아 차분하게 읽어나가는 너의 모습이나, 그런 너의 앞에 앉아 본인의 책을 읽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사실 뭘 닮았는데 말이야. 그건 이모가 고단한 육아의 날들을 지날 때마다 품는 희망이지 뭐야. 그러니까 너는 이모의 희망이야.
이모 딸은 요즘 정말 귀여워서 쑥쑥 커버리는 게 아쉬우면서도 너처럼 귀여운 초등학생을 보면 그 시간이 어서 와주었으면 하기도 해. 알쏭달쏭한 것이 이모의 마음이란다. 전천당에 가면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과자도 있겠지?
귀여운 너는 이제 집중력이 다한 건지, 아니면 오늘 분량을 다 채운 건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돌 노래 맞춰 춤을 추네. 아이브 언니들 노래인데 어떻게 참겠니. 이모도 이 노래 좋아해. 숨 참고 러브 다이브.
귀여운 친구야. 엄마와 찐하게 즐거운 겨울 보내길 바랄게. 이모도 그렇게 할게.
네 덕분에 좋은 아침이었어. 고마워.
2023년 1월 5일 목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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