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해서 나는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런데 영화에 대해서 쓰려는 거니..?)
영화를 안 좋아하냐, 물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일이 좀 드물다. 극장에 가는 걸 싫어하냐, 물으면 또 그렇지도 않다. 사실 좋아하는 것에 가깝다. 불 꺼진 극장에 앉으면 정말 아늑하다. 너무 아늑하고 포근하고 안전한 기분이 드는데 문제는 그 기분에 취해 쉽게 잠들어 버린다. 그런데 내가 그냥 잠드는 사람은 아니다. 믿어달라.
지루하면 잠이 온다. 아늑하고 포근한데 지루하면 어떻게 잠을 참을 수 있단 말인가.
나에게 2시간 혹은 3시간은 좀 길다. 그나마 내가 극장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는 건 정말 흥행이 보증된, 어지간해서는 졸기 힘들고 막 천만 관객이 이미 봤고, 그런 경우이기 때문에 극장에서의 2시간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러나, 집에서 2시간 혹은 3시간이라면?
그런데 내가 더 견딜 수 없는 건 그런 것이다.
이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주인공은 얼마나 더 괴로울 예정이며, 심지어 죽기까지 할 것인가. 아니 그냥 아무도 죽지 마.
너무 좋아해 버렸는데, 3시간이 지나자 가차 없이 떠나버리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너무 괴로웠으나 너무 아름다웠던 이 감정을 나는 어떻게 소화해야 할 것인가.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내가 <헤어질 결심>을 아직도 안 봤지만, 정말 보고 싶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도 있지만, 놀랍게도 티빙에도 있다. 나는 넷플릭스보다 티빙에 더 많이 들어가는데, 티빙 메인에 항상 택시인지 자가용인지 어딘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눈 감고 있는 탕웨이와 박해일이 보인다. 이들은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손가락 끝이 좀 닿아있다.
그렇지만 나는 매번 재생 하지 않고 나온다. <유퀴즈 온 더 블록>을 본다. 이것도 좋아, 나는.
그거 그 정도로 재미있진 않아,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나는 그냥 뭐랄까. 영화적 경험이 하고 싶을 뿐이니까. 가장 영화적으로 생긴 두사람의 목소리와 표정과 행동을 보며 그런 경험이 하고 싶은 거니까. 쉽게 소화하지 못할 게 뻔하지만, 그런 걸 감내하고 싶은 날이 있는데 그게 바로 요즘이니까.
책은 주저 없이 꺼내 들어 잘만 읽으면서, 영화만 이토록 야박한 이유는 내가 많이 좋아할 까봐, 그런데 요즘 그럴 소화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영화에게 전해주고 싶어 이 글을 쓴다.
그나저나 언제 보지. 도대체.
2023년 1월 11일 수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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