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정신에 더 많은 것을 걸고 있다. (전보다) 맑은 정신이 더 많은 걸 가능하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까만 밤의 시도는 다음 날 꼭 다시 돌아본다. 어젯밤의 나는 이런 일을 할 만큼 총명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믿는, 은연 중의 확신 때문에.
행복편지도 밤이 아닌 아침에 쓴다. 이제 막 문을 연 카페의 첫 손님이 되어. 사장님도 나도 오늘의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총명하다. 사장님 것을 제외하고 거의 첫 커피였을 잔을 받아 들고 자리로 온다. 열두 시간 정도 아무도 앉지 않았을 자리에 앉아 새 일을 시작한다. (지금 보니 사장님은 두유를 마시고 있다. 내 커피가 첫 커피다)
새 하루를 받아 들었으므로 새 기분을 재료로 쓴다. 어제의 결심을 마른 해에 비춰 본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골라내기 위해서. 이건 좀 너무 감상적이었네, 이건 너무 오버(?)였어, 이렇게 채점하고 나면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지 자문한다.
밤이라 가능한 일도 분명 있으니까.
그런 충동들은 메모장에 모아둔다. 어떤 메모에는 이야기가 모여있다.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지만, 언젠가 메모장 밖으로 나오길 바라며 적는다. 맑은 정신과 바지런함이 그 아이들에게 활기를 줄 수 있을 텐데.
아니 그런데 세상에는 이야기가 많다. 아주 많다. 거의 매일 쏟아져 나온다. 글도 마찬가지다. 활자가 아닌 것이 없다. 사진도, 영상도 많지만 글도 정말 많다. 나도 거기에 보태어 쓴다. 이야기도 글도 사진도 영상도 많은 세상에서 나까지 보태는 것이 어떤 날은 좀, 그러니까 맑은 정신으로 보면 이게 맞는 걸까 싶다. 아유 뭘 나까지. (손사래를 치며)
이럴 때는 밤의 정신이 불쑥 튀어나온다. ‘막가파’라고 불러주고 싶은 정신.
한 명이 하든, 두 명이 하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 하물며 천명이 하더라도 말이야. 나하고 그 사람이 다르잖아. 뭐 이런 말도 있잖아. 세상에 엄마가 천명이 있다면, 천개의 레시피가 있는 거라고. 천개의 손맛이 있는 거라고. (막가파의 논리는 처음에는 그럴듯하지만, 자꾸 곱씹으면 어딘가 갸우뚱하다. 그러나 몰아붙이는 기세만 보면 본인은 결코 틀렸을 리 없다) 알겠어? (목소리가 크면 장땡이다)
맑은 정신의 나는 돌다리를 두드리지만, 밤의 나는 조약돌을 들고 와 돌다리로 쓰자고 우긴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여길 도대체 어떻게 건너나 싶지만 못할 것도 없지, 허세 부리는 날도 있다.
최근 이슬아와 정서경을 읽고 들으며 오락가락하는 나다. 아무래도 오전에 마신 커피 때문에 좀 고양된 듯하다.
2023년 1월 13일 금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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