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알아차렸을지 모르겠지만 행복편지에 대한 나의 계획을 수정했다.
(시간을 드림)
알고 계셨을까. 갑자기 박민아가 쉴틈없이 행복편지를 보내고 있다.
원래 행복편지는 아마 당신의 편지함에 좀 오다가 읽을 만하면 갑자기 며칠 쉬겠다면서 뜸했을 것이다. 쉰다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유튜브를 보고, 번거롭다고 생각했던 메뉴를 손수 해 먹고 낮잠을 아주 오래 잤다. 그러다가 아 고작 이걸 하려고 쉬었다는 말이야? 다시 쓰자. 그런 루틴의 반복. 그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 번 쉬어야 하는 거야. 지치지 않으려면은.
그러다 지난겨울 일본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나는 어쩐 일인지 쉴 타이밍을 놓치고 한참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4주만 연속으로 보내도 헉헉거렸던 것 같은데 왜지? 왜지? 8주를 보내도 거뜬한데? 왜지? 나는 아주 조금이지만, 어쩌다 성장해버렸다.
횟수를 늘리는 데에 6개월 정도 걸렸다. 6개월이나 지나서야, 이제 쉬지 않고 매주 두 번씩 뭔가 써내는 일이 아주 불가능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재미없고, 별로라도 일단은 맺음을 할 수 있다는 것. 느리지만 꽤 흡족한 성취였다.
만약 나에게 야망이 있었더라면, <일간 이슬아>처럼 매일 써야겠다는 뜨거운 욕망이 있었더라면 난 아마 두 달 하고 그만뒀을 거다. 때로 관성이, 목표는 없되 은은한 관성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이끄는 경험을, 나는 여러 차례 했다.
새해 목표를 세운 후 20일 정도가 지났다. 어쩌면 지금은 시계나 달력은 좀 덮어둘 때일지도 모르겠다.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보다 미련한 관성에 몸을 맡길때가 아닐지. 자꾸 매일 더 많이 하려는 욕심이 작심삼일을 만든 건 아닐지, 6개월이나 걸려 놓고 오늘만큼은 괜히 뿌듯하고 싶은 내가 쓴다.
대단한 다짐 없이, 기대나 희망없이 밍밍하게 하루를 시작해본다. 어제도 별일 없이 하루가 갔다. 지루해 보여도 안전했으므로 오늘도 어찌저찌 하루가 가기를 바라며.
2023년 1월 19일 목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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