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시간은 10시 34분이었고, 지금은 10시 57분이지만 나는 아직 나의 생강차를 받지 못했다. 생강차를 받지 못한 이유는.
단체 주문이 있었는지, 음료가 픽업대에 쌓이고 있다. 카페로 간호사 두 분이 들어오고 픽업대로 곧장 향한다. 전화로 미리 주문하고 내려온 모양이다. 그들은 일과 중 잠시 여유가 생긴 것이 좋은 듯 밝은 표정으로 기다린다.
그러나 그들은 중간부터 조금 갸우뚱한다. 미리 전화해두었으니 금방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 했을 텐데, 다 만들어진 커피는 주문한 개수보다 한참 모자라다.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을 보니 선뜻 물어보기 어렵고, 그러다 그들은 서로 조금 속삭인다.
20분 정도가 지나서야 그들은 커피를 챙겨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생강차가 다 되었다는 호출이 들린다.
오늘의 직원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제로 페이도 되나요?” 라는 나의 물음에
“제가 할 줄 몰라서요...”라고.
그는 이곳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나와 거래해야 하는 상대가 초심자인 것은 어딘지 마음에 걸린다. 처음이니까 서툴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가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재화와 서비스를 얻어야 한다는 머리가 싸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가 어딘지 서툰 행동을 보일 때나,
미용실에 갔더니 이제 막 디자이너가 된 사람에게 머리를 맡겨야 한다거나,
모처럼 큰맘 먹고 네일 아트를 받으러 갔더니 나의 담당자가 교육생일 때처럼.
그들에게 나는 아주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시행착오가 배움의 중요한 연료라고 한다면 그들과 나는 다른 방향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누군가의 소중한 시행착오가 될 것을 자처하기에 그다지 선하지 않으므로. 나는 나의 작은 시간과 비용으로 최대한 큰 효과를 내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초심자는 어려운 상대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상대였다.
아이에게 나는 초보 엄마였고, (여전히 그렇지만)
남편에게 나는 초보 배우자였고, (이 역시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렇지만)
결혼으로 만난 나의 법적 가족들에게 나는 서툴고 낯선 가족이었다.
아이를 안고 처음 젖을 물리던 날을 생각한다. 내가 해온 어떤 일보다 어려웠고 무척 서툴렀지만, 아이는 어제도 그제도 한 달 전에도 젖을 물어보았던 아이처럼 내 품에 안겨 있었다. 그날의 사수는 확실히 아이였다. 엄마, 이렇게 하면 돼. 아니 조금 더 옆으로. 응 이제 편해요.
회사 생활은 또 어땠고. 내가 겁먹은 사원에서 서툰 주임, 어쩌다 대리가 되는 동안 서로의 실수를 안주 삼아 웃고 떠들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초심자였고, 사수였다.
물론, 경험이 부족한 나를 우습게 보았던 거래처도 있었지. 모욕적인 언행에 괴로웠던 날도 있었고.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데도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나를 안쓰럽게 여겼던 거래처도 있었다. 나의 실수를 당신들의 실수처럼 생각하고 애쓰던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어서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이렇게 쓰고 보니 초심자를 대할 때는 머리가 지는 게 맞다.
나를 보며 속에서 가슴과 머리가 끊임없이 투쟁했을 사람들을 떠올리니,
그러나 끝끝내 머리가 아닌 가슴의 편을 들어주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니.
2023년 2월 2일 목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쿠키메일🍪
오늘이 50편 째 메일이래요.
중간 중간 숫자 안 붙인 메일이 있긴 한데,
정식으로는 50번째니까 괜히 기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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