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조카가 태어났다.
남동생 부부의 아기. 귀엽고 다정한 두 사람을 골고루 닮은 것이 얼마나 애틋하던지.
우리 올케는 세 남매의 맏이여서 그런지 단단한 기운이 풍기는 사람인데, 내 동생은 뭐랄까 아직 소년 같은 구석이 있다. 말이 좋아 소년이지 내 눈에는 왜 아직 어리숙하고 서툴러 보이는지. 그놈도 사회 나가면 누군가의 대리, 누군가의 듬직한 팀원, 올케의 든든한 배우자이건만. 내가 맏이라 맏이에게 가산점을 과하게 주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그런 남동생이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본다. 이제 아빠가 된 내 동생과 나의 조카. 어딘지 뭉클하고, 어딘지 조금 안아주고 싶다.
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내가 너보다 먼저 중학교에 갔고, 고등학교에 갔고, 대학교에 간 것처럼 내가 먼저 부모가 되어 보았으니까. 지금까지 여러 선택의 순간에 네가 나에게 물었을 때처럼,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참 많았다. 그러나 어쩐지 이번에 나는 말을 좀 아끼고 싶다. 너는 전보다 질문이 많아졌지만, 나는 일단 듣기로 한다.
(물론...언제까지나 ‘전보다’ 라는 것...)
지금 너의 세계는 아이와 너와 올케를 염려하는 일만으로도 가득 차 보인다. 다른 이의 경험이나 노하우보다 처음 겪는 경이로움을 이해하는 데에 온 힘을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하여 나에게 던지는 너의 질문은, 답을 바라기보다 은근히 차오르는 긴장을 풀기 위한 준비 운동 같다.
다정하고 섬세한 너답게, 너는 아이를 구석구석 살핀다.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된다. 울어도, 낑낑거려도, 가만히 있어도 본인 때문에 불편하지 않을지 미안해한다. 그러나 걱정은 부모의 오랜 병. 너의 걱정은 아빠가 되어간다는 뜻일 테니 나는 말리지 않는다.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어차피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남동생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러면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너의 아이에게 사랑과 환호를 잔뜩 보내는 것이다.
걱정은 단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산뜻한 애정을 듬뿍 담아.
너의 아이가 이런 시절의 고모를 떠올릴 때 이럴 수 있도록.
“때마다 만난 고모는 늘 날 보며 웃기만 했어. 멀리서부터 달려와 내 볼을 꽉 잡고 품에 안아 주셨지. 고모는 늘 네 아빠는 자기가 이길 수 있다고 본인만 믿으라고 했지. 고모와 나 사이에는 비밀이 많았어. 고모는 용돈도 많이 줬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줬어. 고모네 놀러 가는 게 제일 재미있는 일 중 하나였는데. 아, 우리 고모 보고 싶다.”
고모는 이모보다 어쩐지 불리하다. 그래서 나에게는 필살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괜찮다. 불리하든 말든 조카를 향한 나의 사랑은 찐이니까.
아가야. 너의 고모가 될 수 있어서 영광이야.
2023년 2월 7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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