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을 때 스르르 잠드는 건 별로 안 좋아했어. 까무러치듯 잠들어 버리는 걸 좋아했지. 어디서 보니까 뇌가 과부하 걸려서 전원 내리듯 꺼버리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좋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그게 좋더라고.
언젠가부터 나는 무리하며 살고 싶었어. 전력을 다하면서. 내가 가진 것을 탈탈 털어서 다 쓰고 잘 때는 전사하듯, 죽은 듯 자고 싶었지. 침대에 누웠을 때 곧장 잠들지 않으면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
‘체력이 또 남았구나. 종일 힘들다고 해놓고.’
아이를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었던 순간에 끓어올랐던 일.
의도치 않게 늦게 퇴근한 남편을 다정하게 맞아주지 못했던 일.
엄마에게, 아빠에게 살갑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던 일.
오늘 쓰기로 한 글을, 내일로 미룬 일.
체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합리화했던 일이 자꾸만 떠오르는 거야. 남기지 말고 다 쓰고 올 걸, 하면서.
왜 그랬을까. 왜 무리해서라도 전력을 다하고 싶었던 걸까.
회사에 다니지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회사에 다니지 않으니 워킹맘은 아니고.
그래서 육아와 집안 살림에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을 알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조건이 없으니,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고.
이런 이유로, 나는 나를 증명해야만 떳떳하다고 생각했어. 아무래도 그게 답인 것 같아.
그러려면, 어제보다 더 애쓰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건 전력을 다하고 싶다, 는 나의 소망이고 실제로는 낮잠도 꼬박꼬박 챙기는 욕심 많은 한 인간일 뿐이야. 그럴 거면 그냥 마음 편하게 낮잠 자면서 지내면 안 되느냐고? 묻고 싶겠지?
안되긴. 되지. 그래도 말이야 사람이. 양심이 살아 있다면은 가끔 이렇게 반성도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런데 내 마음은 진짜야. 난 항상 꽉 채워 살고 싶어. 후회 없고 말끔하게. 자려고 누웠을 때 상념도 반성도 없이 기절하며 잠드는 그런 하루. 오늘 밤은 그렇게 잘 수 있으면 좋겠다.
2023년 2월 10일 금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