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한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이 말을 오래 기다려왔는지 모릅니다. 내가 아닌 타인, 타인보다 더 먼, 더 멀거나 혹은 아예 상관없는 곳으로부터요. 나를 전혀 모르고, 사실 날 알 필요도 없는 존재로부터 이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기에는요.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이 별 문제 없이 살아갑니다. 문제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 잘 살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때로 나를 참을 수 없이 괴롭게 하는 사람을 만나서야, 그 사람은 그것이 단점이겠거니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사람일 수 있으니까 쉽게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그저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요.
세상은 별 문제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 그래서 아귀가 잘 맞는 톱니바퀴인데 말이죠. 나는 저 톱니바퀴 어디쯤 있어야 좋을지, 들어갈 수는 있을지 항상 어려웠어요.
그리하여 나의 고민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죠. 단점 많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 본성보다 학습에 기대는 일. 좋은 걸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 더 나은 인간으로 가는 길. 그 결과, 이 세상의 건실한 일원이 되는 일. 결국 단점을 인정하며 사는 일.
나는 단점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제 몫을 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대견하게 여기고 싶을지도 모르겠어요. 타인에게도 나만큼의 단점이 있다는 얘기는 다들 나 정도는 애쓰며 산다는 얘기와 같고, 내 눈에 완벽한 당신도 어쩌면 노력의 결과일지도 모르죠. 그게 저에게 희망이 되어줍니다.
내가 힘들든 말든, 괴롭든 말든, 나아지고 싶든 말든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성의 없는 사주 어플리케이션에게 위로를 받은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넌 단점이 없어, 가 아니라 다들 그 정도로 못난 짓은 하고 살아, 라고 해주어서.
내 눈에 당신은 언제나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러나 당신도 어딘가 애쓰고 있겠죠?
2023년 2월 14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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