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었으면 해. 그게 어려운 일이나 해본 적 없는 일도 아니었으면 해. 도움을 구하는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고.
그 언젠가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 한 줄로 정리해야 하는 날이 오면,
부모가 무엇일까 정리해야 하는 날이 오면 나는 너를 도와야 하는 사람이라고 쓰기로 했어.
나는 네가 많은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칠 거지만, 그와 동시에 네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에게 도움을 구하라고 알려줄 생각이야. 도움을 구하는 건 네가 약해서가 아니라, 네가 무엇이든 혼자 해보려 애썼다는 증거이자 무언가 시도했다는 이야기니까.
내가 너에게 주는 도움이란 건,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는 일과는 다를 거야.
우리는 서로 격려하는 것으로,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공유하는 것으로, 진한 포옹과 맛나는 식사로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워가야 해. 그리고 그렇게 해주기 위해 나는 오늘도 뭐든 혼자서 하겠다고 낑낑거리다 우는 네 옆에 서서 너를 보고 있지. 네가 나를 찾기 전에 내가 뚝딱해버리면 우는 소리도 들을 리 없겠지만, 그러면 너는 도움을 구하는 사람의 마음이나 도움을 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 테니까.
그러려면 나부터 너에게 든든한 사람이 되어야겠지.
네가 나에게 도움을 구할 때 너를 언제든 도울 수 있도록 여유가 있어야 할 거고, 너를 나약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는 관대한 마음을 가져야 할 거고, 오래 너를 도울 수 있으려면 오래 건강해야 할 거고.
너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일. 언젠가 네가 내 둥지를 떠나 혼자 날게 되었을 때, 문득 찾아올 너를 넉넉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 이런 일이 일어날 먼 미래를 봐. 당장 오늘만 대충 넘기고 싶을 때, 그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좀 이를 악물게 되거든.
자려고 누웠을 때, 너는 곧 잠이 들려고 하는 아득한 순간에 엄마를 여러 번 불렀지. 너는 그저 엄마의 목소리만 들어도 충분한 듯했어. 그런 너에게 나는 똑같이 응, 응, 응 여러 번 대답해주다가 말이야.
어쩌면 너는 이미 이 모든 걸 잘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2023년 2월 17일 금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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