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없으면 어려운 날들이었다. 그들은 분명 대하기 쉬운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많이 힘들었을 거다. 그들을 만나고 나면 물론 나는 사회생활로 인해 방전되어 한동안은 쉬어야 했지만, 그건 그들이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상관없지.
그들이 있어서 나는 더 용기 낼 수 있었고, 더 멀리 갈 수 있었고, 덜 외로울 수 있었다. 거북이처럼 흘러가는 시간이 토끼처럼 깡총거렸던 것도 다 그들 덕분이었다.
아이 병원에 가는 길에 가는 방향이니 나를 태워 같이 가주었고,
아이만 신난 놀이터에서 우리는 서로의 말벗이었고,
유난히 힘들었던 날 나눠 먹자며 문고리에 간식을 걸어두고 갔고,
아픈 아이랑 있으면 밥 해먹을 시간 없을 것 같다며 반찬을 나눠주었고,
좋은 걸 써보면 늘 나눠 주어서 날 종종거리게 한 사람들.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하게 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우리 아이의 친구의 엄마.
혹은 우연히 만난 어떤 아이 엄마.
나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것인지 되묻고 싶은 그들이었다.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고 나서는 무슨 뒤통수를 치려고 그러는 건지 나는 웃으며 물은 적도 있다. 왜 이러세요. 왜 이렇게 잘해 주시는 거예요.
그렇담 우리는 친구일까.
애석하게도 우리는 친구가 되기 어려운 사이일 지도 모르겠다. 양육자의 마음 속에는 아주 도덕적인 사람과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 함께 살고 있어서라고, 감히 솔직하게 말해본다. 우리 아이가 최고인 날과 우리 아이가 저 아이보다 못한 날 속에서 어른스럽게 행동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쉽게 떨칠 수 없는 아이러니로 가득한 인간이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일 수 있을지, 나는 언제나 자문한다. 그건 아이 엄마가 아닌 다른 누구와도 마찬가지겠지만.
쉽게 친구가 될 순 없으나 친구보다 더 자주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다.
건강한 거리감과 불쑥 침투해 들어오는 다정함을 고루 느끼며.
지독한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멀어지기 힘든 그들과.
2023년 2월 21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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