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등학생을 보면 참지 못하는 병이 있다. 초등학생인지 어떻게 아느냐. 그냥 안다. 그들은 딱 봐도 초등학생이다.
이제 막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세상은 그들에게 좀 어렵다. 아이 나름이겠지만, 어려움에 처한 초등학생은 고요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어른과 눈이 마주치면 그래도 한 번 고민한다. 도와달라고 해볼까.
그런 아이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병이 있다.
초등학생을 자주 만나는 곳은 코인 노래방이다. 나는 주로 점심 식사 후 소화 시킬 겸 들르는데 그 시간에는 중학생, 고등학생보다 역시 초등학생이 많다. 그들은 꽤 빨리 하교한다.
내가 가는 코인 노래방은 무인으로 운영한다. 동전을 교환할 수 있는 기계가 몇 대 있고, 그 옆에는 정액제로 쓸 수 있다는 안내가 있다. 1곡 단위로 계산 하는 것 보다 싸고, 정액제로 결제하면 서비스도 더 많고, 나는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그렇게 한다. 사장님 계좌번호로 돈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그날도 어김없이 돈을 보내 두고 사장님께 전화를 걸고 있는데, 초등학생 두 명이 내 옆에 와 안내문을 읽고 있다.
“우리 이걸로 할까? 이걸로 하면 더 싼데?”
“어? 그러네? 그런데 계좌이체는 어떻게 해야 해?”
“모..모르겠어. 어쩌지..?”
절대로 그런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아이들은 이미 정액으로 내는 게 싸다 걸로 계산을 다 마쳤다. 아이들도 적은 돈을 내고 많은 노래를 부르면 좋잖아. 게다가 도와주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말 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낯선 사람은 조심하라고 배우고 있을 테니까.
“이모도 사장님한테 전화해야 되는데, 물어 봐줄까요?”
“그래 주실 수 있나요? 저희는 000 만큼 하려고 해요.”
사장님께 계산도 깔끔하게 마치고 아이들도 신나게 본인들 방으로 갔다. 나는 첫 곡으로 뭐가 좋을지 고민하며 가는데 아이들이 다시 나에게 뛰어온다. 뭘 또 도와줘야 할까 보는데,
“고맙습니다!”
아까 인사를 못 하고 간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귀여운 녀석들.
“이모도 고마워요.”
빈말이 아니다. 내 마음은 진짜다.
초등학생과 이야기하는 일은 즐겁다. 그들에게도 의도와 목표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기쁨이다.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뭐랄까, 안심된다. 더 많은 어린이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며 살면 좋겠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해석할 자격이 있으니까. 우리 집 어린이가 들으면 엄마, 나한테는 왜 그래요? 물을 테지만 나는 우리 어린이도 (날 가끔 열받게 할지언정)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면 좋겠다.
세상이 그들에게 안전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게 가장 애석한 부분.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마음껏 의문을 던지고 건강한 어른들에게 실컷 도움을 구했으면 좋을 텐데.
얼마 전에는 운동화 끈이 풀린 여자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 맞아요.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 앞이 학원이라서 도착하면 묶으려고요. 고맙습니다.”
그날은 하루 종일, 정말 종일 기분이 좋았다.
2023년 3월 7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쿠키메일🍪
3월 2일에 오기로 한 자..
3월 7일에 왔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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