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이 흔하지 않은 일도 아니지만, 그 반찬 가게가 닫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쩐지 배가 고팠다. 끼니때도 아닌데 군침이 돌았다.
아파트 상가에 있던 반찬 가게. 거긴 나물이 정말 맛있었다. 지독하게 입덧에 시달리던 몇 년 전에 내가 겨우 먹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였다. 빠삐꼬만 먹을 수 있었던 시절에, 거의 유일하게 따뜻한 음식이 되어 주기도 했다.
밥 짓는 냄새가 참을 수 없게 괴로워도 그 집 나물에 밥 비벼 먹을 생각을 하면 힘이 났다. 계란은 도저히 먹히지 않을 때여서 나물에, 고추장과 참기름만 듬뿍 넣어 쓱쓱 비벼 먹었다. 입덧이 가시고 나서는 통조림 참치도 넣었다.
5천 원이면 세 종류 정도 살 수 있었다. 나는 주로 고사리, 가지나물, 시금치나물을 담아두신 꾸러미를 골랐다. 그 집은 가지나물이 정말 맛있었다.
입덧이 끝나고 나서는 주로 전을 사러 갔다. 동태전이나 녹두전, 동그랑땡은 좀 흔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거기에는 고추전이 있었다. 고추전을 먹으려면 신사동 한잔의 추억 정도는 가야 비슷한 걸 먹을 수 있다. 거긴 고추튀김이긴 하지만.
그래서 고추전을 자주 사 먹었다. 떡국이나 비빔국수처럼 탄수화물만 있는 것이 신경 쓰일 때 아주 좋은 콤비가 되어주었다. 아이가 생선을 먹을 수 있게 된 후로는 동태전도 종종 사다 먹었다. 아이가 잘 먹으면 바로 즐겨 찾기. 그런데, 이제 없다.
이제 또 없는 게 뭐냐, 그곳에서 파는 김밥이다. 반찬 가게에서 파는 김밥은 혈통부터 다르다. 반찬 가게에는 반찬이 있다. 조리가 아주 잘된 반찬이. 그리고 그 반찬으로 만드는 김밥이면 어떨까? 지난번에는 고구마 순 나물을 쓱 넣으시길래,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꺼내 먹을 뻔했다.
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소식을 듣고 어제는 직접 그 자리에 가보았다.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싹 치워져 있다. 너무 갑자기 사라져서 동네 주민들 모두 리모델링인 줄 알았지만, 손주를 돌보기로 하셔서 그만두시는 거라고 한다. 그 말에 나는 멈칫한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누군가 십수 년 해왔을 생업을 접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구나, 나는 조금 위안을 받는다. 그 가게는 존재했을 때도, 존재하지 않을 때마저도 나에게 위안이다. 그 가게가 없어도 반찬은 계속 필요할 텐데, 별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당분간은 좀 아쉬워해야겠다.
그나저나 사장님 두 분은 이제 아침잠은 좀 푹 주무시려나 생각하다가 문득,
아니지, 손주들을 돌보시려면 어쩌면 더 일찍 일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네.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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