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대단히 괴로웠던 건 아니지만,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웠던 약 3년 동안 많이 소모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아이는 나날이 생명력을 뿜어내며 자라고 있으나, 어쩐지 지쳐버린 나의 표정은 옳은 방향은 아니었다.
건강한 내가, 건강한 너를 키울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도움을 요청한 곳은 지역에서 운영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였다.
상담받기 위해서는 먼저 메일을 보내야 했고, 메일을 본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과정이 필요했다. 과정 내내 나는 상담을 받을 만한 상황인지 스스로 의심하느라 마음을 좀 졸였다. 담당 선생님과 처음으로 전화하던 날, 연락 잘 하셨어요, 힘드셨겠어요, 라는 선생님의 말에 어쩌면 이 말로도 충분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가 잘해왔다고 해주었다.
아이의 기질 검사 결과를 보며 정말 열심히 키워 오셨을 것이 분명하다고, 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정말 잘 크고 있다고 했다. 이건 아이가 가진 기질 덕분도 있지만, 사랑으로 길렀을 어머니의 역할이 정말 컸을 거라고.
아이가 순해 힘들지 않겠다고 말하던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러나 자꾸만 자신이 희미해질 때 그나마 나를 다시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던 건, 아이는 네 덕에 이렇게 잘 크고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시작한 일, 스스로 선택했으므로 스스로 책임지려 애썼던 일. 그래서 때로 외로웠던 시간은 싱겁게 한마디 말로 괜찮아졌다.
나를 빤히 보던 담당 선생님께서 곧이어 말을 꺼내셨다.
“어머니, 그럼 이제 어머님 이야기를 해주시겠어요?”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신 역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했으면 하기 때문에.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 아니라 직장 동료가 아닌,
태어나 당신을 처음 만나는 사람이 당신을 납득해주는 경험으로 우리는 더 나아진다.
2023년 3월 16일 목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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